그냥 함
Planted January 27, 2024
뭔가를 얻고싶어서 하는 것은 ‘함’이다.
나에게 없는 것을 채우고자 하는 것은 함이다.
근데 설거지꺼리가 있어서 설거지를 하는 것은 그냥 하는 것
이다.
뉘앙스가 다르다.
그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가끔 ‘그냥’ 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냥 했다. 당연히 했다.
그 그냥 하는 것은 뭔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위해 행동을 하는게 아니라 좀 눈앞에 있으면서 단순하면서 별 생각이 들지 않는 것들을 의미한다.
문제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혹은 당연히, 하는 것.
그런것들은 그냥 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한마디로 표현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함’이고
원하는 것을 해결할 힘이 나에게 내제되어있으면 ‘그냥 함’ 이 된다.
결과를 바라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냥 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원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하면 당연히 나오기 때문이다.
행위에 결과가 합치되어있다.
그만큼 작은 단위이기도 하면서 내 힘과 연계되어있다.
설거지거리를 설거지 하는 일, 이미 익숙하거나 할만한 일을 다시한번 해내는 일, 엔지니어가 알만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는 일.
간절함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무표정에 가까운 행위가 된다.
추구해야할 방향은 그냥 함이다.
함은 언제나 나에게 죽음을 준다.
그 단어답게 시체가 되어 함에 담긴다.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존재는 빌빌 기어야 겨우 먹을 것을 내어주는 주인님이다.
함은 정신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눈 앞에 있는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는 삶'
이 필요하다.
‘사업을 한다’ ‘악기 연주 연습을 한다’
따위의 모든 행위는 단순한 ‘함’이 될 가능성이 너무나도 크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딱히 사업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라는 듯한 말을 많이 남긴다. 유명한 연예인은 친구따라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라던가, 그냥 재밌게 하다보니 어느새 랭킹 1위이길래, 프로게이머에 한번 도전해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을 해버린다.
그만큼 행위가 아닌 무위적인 행위 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어야한다. 뭔가를 되도록 만들어선 절대로 안된다. 그저 된 것을 이어나가야만 한다. 이미 되어있는 것을 쭉 살아가야한다.
이미 만들어진 내몸뚱아리부터, 나부터 무언가가 시작되어야한다.
원하는 것은 없어야한다. 이미 원하는 행위를 하는 상태여야만한다.
이미 얻은 그 결과를 하고있기 때문에, 이미 원하는 것을 가진 상태여야만 한다.
위험한 함 예시
- 이런 이런게 될 것 같으니까, 재료를 구매해서 한번 팔아보자.
- 이러이러한 목표를 향해 달려나아가 보자!!
- 열심히 하는 것.
- 뭔가를 해볼라꼬하는 상태
올바른 그냥 함 예시
- 눈떠보니까 이러이러한 재료가 있네? 그럼 이 재료 살짝 가다듬어서 팔면 되겠네.
뭔가가 주어진 상태. 뭔가를 어느정도 가진 상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 오히려 전부 가진 상태에서 그것을 발전시키는 형태.
부드러운 흐름에 올라탄 상태.
당연한 리듬에서 당연한 리듬으로 이어지는 플로우 상태.
결핍을 느끼지 않고 순수한 감사, 순수한 재미를 찾아나서는 상태.
쉽고,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
나의 행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덜 들어갈 수록 서열과 계급이 철저하게 갈라진다.
그렇다면
아무리 불편함과 분노를 느끼더라도 그 결핍이 채워지는 것을 쫒아가서는 안된다.
그것을 멀리 쫓아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오직 그것을 불편함이나 더러운것으로 판단하지 않을 메타적인 레벨로 올라가는 것만이 목적이다.
문제를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
마치 설거지꺼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내가 하면 하는 거고, 내가 하면 되는 것 뿐이다.
내가 주체자이면서, 행위자이면서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다.
설거지거리는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닌, 공포스럽게 쫓아내야만 하는게 아닌 무언가다.
때가 되었을 때 때에 알맞게 자연스러운 동기부여를 통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것을 쌓아나가는 것만이 진정한 삶이다.
원하지 않는다. 그냥 게임이다. 하면서 즐겁다. 원하지 않아야만 게임이 된다. 내가 하는거니까. 주지마. 내가 할꺼니까. 내가 플레이어니까.
그러니 힘들여 어려운 일을 하지 말자.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쌓아 나가자.